공연 강행 무리수 뒀던 '오페라의 유령', 코로나19에 덜미

입력 2020-04-03 17:20   수정 2020-04-03 17:33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서울시가 더욱 바빠졌다. 해당 공연 관람객 명단을 확보해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일 오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객 8578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백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시민건강국장)은 "오늘 중 모니터링 대상인 '오페라의 유령' 관람객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시는 이들에게 가급적 외부 접촉을 자제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도록 안내하고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은 31일까지 총 21회 열렸다.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 출연자 중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캐나다인 발레리나 R(35세 여성)씨가 3월 31일에 최초로 확진됐으며, 4월 2일에 미국인 배우 J(29세 남성)씨가 추가로 확진됐다. 두 사람은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묵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시는 대학로 각 공연장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을 보내 공문 내용을 지키지 않는 공연장에 대해 감염병 관련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통보하고, 확진자 발생 시 진단과 치료 등에 든 비용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대학로 상당수 공연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맘마미아'를 비롯한 뮤지컬, 연극, 클래식, 무용, 국악 분야의 작품들이 무대를 포기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가 한창이던 가운데 공연을 강행하면서 결국 코로나19로부터 배우와 관람객을 보호하지 못한 꼴이 됐다.

공연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대형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단 감염을 우려해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공연을 불가피하게 강행한 공연장 대부분은 정부와 서울시 지침에 따라 방역과 손 소독제 비치, 문진표를 작성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의 감염 소식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김준수, 전동석, 류정한 등이 출연하는 인기 뮤지컬 '드라큘라'도 이번 여파로 오는 12일까지 공연을 전면 중단했다.

제작자 오디컴퍼니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연계(타 극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선제적 안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을 4월 1일 3시 공연부터 4월 12일 7시 공연까지 잠정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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